23년 9월 기록

박사과정 1년차, 엄청나게 짧게 느껴지는 한 해의 75%가 지나갔다.
83%가 되기 전에 한 달간 흐름을 정리해본다. (논문 버릇 때문에 또 정확하게 83%인걸 계산해보고 썼다.)
김유겸의 노트북
유겸이가 갑자기 주말에 서울을 간다고 어그로를 끌어댔었다. 딱히 관심 없었지만 끌어주는 어그로가 무안할까봐 답해주기로 하고 ‘왜?’ 라고 물어봤다. 드디어 맥북을 사기로 했단다. 무려 16인치 실버 M2 Pro 칩셋이 달린 맥북 프로. 미국에 갈 예정이던 유겸이가 연구실 맥북을 반납해야한다는 소식에 호다닥 구한 듯 보였다.
속으로 ‘그렇군’ 하고 있었다. ‘어쩌라는거지?’와 같은 의미이다. 학습된 T인 나, F에게 차마 내뱉을 수 없기에 그냥 가만히 있었다.
근데 다음날 갑자기 화가 난다는 것이다. 판매하기로 했던 사람이 지인한테 넘기기로 했다며 일방적으로 거래를 파기한 것. 유겸이가 고통받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았기에 내심 기분이 좋아졌다. 화가 난 유겸이의 얼굴이 그립다. 중고 거래 초보자에게는 화날 일이지.. 하며 할 일 하려던 찰나. 그런 때 있지 않은가? 고여버린 게임에 뉴비가 들어오면 부둥부둥 챙겨주고 싶은 고인물의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때. 그 때 하필 그래버렸다. ‘뭐? 중고 거래 짬찌(군대용어)라고?? 못참지…’를 외치며 고인물을 막던 댐이 터져버렸다. ‘내가 구해줘? 중고거래 14년의 짬바를 보여줄까?’ 라고 말해버렸다. 아차차…
결국 빠르게 대전 직거래를 찾아버렸고, 유겸이가 그토록 원하던 무려 16인치 실버 M2 Pro 칩셋이 달린 맥북 프로를 그대로 입수하게 되었다. 사진은 대신 직접 거래한 후 유겸이에게 전달하기 전에 찍은 것.
즐거움과 비례하는 팔뚝의 채도
맥북 세팅하느라 한 껏 신난 팔뚝을 보며, 나도 저런 때가 있었지 하곤 새로 산 라이카를 세팅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팅이 끝난 라이카로 찍은 사진이 위의 것. 라이카 특유의 물 빠진 색조로 찍었음에도 신나서 붉게 달아오른 팔뚝이 인상적이다. 유겸이는 언제나 멋있다.
온도와 비례하는 하늘의 채도
그리고 다시 연구실로 돌아가는 길 학교 건물과 조경이 날씨와 어우러져 찍었다. 날씨가 엄청 좋았는데 그 만큼 엄청 더웠다. 이 사진을 보고있으니 또 땀이 나는것 같다.
방사선 피폭과 쾌락을 맞교환해주는 렌즈
라이카에 사용하려고 산 렌즈. 이왕 라이카 쓰는 김에 라이카 감성에 맞게 수동 렌즈도 써보자 해서 사봤다. 매니아들은 잘 알고있겠지만, 노랗게 변색돼버린게 특징인 ‘슈퍼 타쿠마’ 렌즈다. 다른 이름으로는 ‘방사능 렌즈’로 불린다. 놀랍게도 실제로 방사선이 나온다. 그 옛날 방사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시절 토륨(Thorium)을 재료로 가벼우면서도 해상력이 좋게 만들어낸 전설적인 렌즈이다. 출시 당시에는 투명했지만 50년이라는 세월과 방사선이 노랗게 만들어버렸다. SSR급 전설템 답게 해상력과 색감이 아주 좋다. (가격은 싸다)
어린 시절을 자극하는 햇볕
다솜이가 보드게임 만든다고 가위질하고 있는데 햇빛이 너무 이뻐서 찍은 사진. 어린 시절 여름 거실 바닥에 잠들다 깨서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볕같은 재질이다. 이 사진을 보면 초딩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들어 좋아진다. 나는 초딩때 주택가 옥상을 뛰어다니던 나루토였다.
화장실이 너무 좋은 하루
은비가 키우는 ‘하루’라는 고양이. 무슨 일인지 화장실을 좋아하는 고양이다. 그냥 깨끗하게 청소된 화장실이면 저렇게 들어가서 온 몸을 비비며 좋아한다. 우리로 치면 막 락스 청소 끝낸 화장실에서 기쁨의 댄스를 추는건가? 사실 잘 이해되진 않는다. 상상하게 만드는 고양이, 매력있다.
경험 기반으로 현실성을 평가하는 게임평가위원, 데이터 수집 때문에 GTA를 활용한다.
연구실에서 GTA5를 하고 있는 하영채(22세, 맞나? 몰루..). 인천 출신인 영채는 GTA를 하며 현실감이 조금 부족하다고 불평했다. 마계 인천은 일상이 GTA라고 말이다. (내가 한 말 아니다. 난 인천 좋아한다.) 인천 길거리에서 무서운 형님들을 본 적 있는 나는 그럴 수 있겠다라고 수긍해버렸다. 사실 영채도 불법 크루의 수장이라는 루머가 있다. 이런 애를 가르치고 있는 나, 꽤나 위험할지도?
희극과 비극이 난무하는 곳
연구실 발코니에서 바라본 학교내 대로. 주로 강의가 시작될 시간대에 여기로 나가서 바쁘게 뛰어다니는 학부생들을 구경하는걸 좋아한다. 뭐랄까, 쏟아지는 빗 속 카페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그런 느낌이랄까? 현실은 정반대로 내가 여유따윈 없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합리화할 수 없다. 슬퍼진다.
올드 큐티와 뉴 큐티
교수님의 출퇴근용 전기차와 김무겸. 어느 쪽이든 귀엽다. 한 쪽은 연식이 오래되긴 했지만.
가게 이름은 생각나지 않는다.
한남대 근처에서 은비와 함께 먹었던 저녁. 그럭저럭 맛있었지만 가게 이름은 다시 생각나지 않는 그런 곳. 그냥 분위기가 클래시컬해서 좋았다.
제프
은비 집에서 같이 야식 먹다가 이따구로 뜯긴 젓가락. 말이 되나? 무슨 붉은 발의 제프같다. 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서 은비가 ‘인스타충’ 한 마디를 날렸다. 인스타 올릴거 아닌데ㅋㅋ 라고 속으로 생각만 했다.
개쩌는 라이카 흑백사진
밤 늦게 실험 마치고 차로 가는 길. 적적하게 비가 쏟아지는 것이 곧 날씨가 추워질 모양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더 추워졌다. 이젠 날씨도 디지털화 되는건가? 중간이 없다.
코란도 트리오
아침에 볼 일 보고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길 찍은 트리오. 코란도 스포츠 짐칸을 완전히 오픈해버리고 강아지 집처럼 개조한 모습에서 주인 분의 애정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로 뒷차인 나와 눈 마주치는게 부담스러웠는지 계속 옆만 보더라. 이해한다. 나도 백미러 볼 때 뒷차가 욕할까봐 조금 부담스럽다.
악마 둥실
악마 둥실 스킨. 언제나 천사같이 사람을 잘 따르는 둥실이는 그에 대립하는 다른 인격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이 있다. 그리고 마침내 가설을 증명하는 사진이 찍혔다. 한 껏 비웃는 저 모습, 귀엽다.
기본 스킨 둥실
원래는 이렇게 생겼다.
토토 the 토마토, 주인이 자주 바뀌는 편.
다솜이가 연구실에서 키우는 토마토. 이름은 ‘토토’다. 다솜이가 붙였다. 성씨는 ‘불법’이다. 내가 붙였다.
억텐 듀오
조금 일찍 집으로 돌아가는 길, 편의점으로 향하는 영채와 고운이 나를 발견하고 인사를 하고 있다. 둘은 항상 나를 보면 반갑게 인사를 해준다. 아싸 같은 나를 위해 노력하고 있구나 하며 항상 감사하고 있다. 구라다.
햄스터 유겸
공대 체전 중 햄버거를 먹고 있는 유겸. 사람이 어떻게 멋있는 동시에 귀여울 수 있지? 햄스터 같다.
가비지 콜렉터, 영채
영채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진행한 왓츠인영채백. 물론 허락은 받았다. 나온 물건은 놀랍게도 이런 것들. 왜 쓰레기를 수집하고 다니지? 하고 생각하던 찰나,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으려는 영채의 따뜻한 마음을 눈치챘다. 그러면서 본인 먹은거 안치우고 남이 치우게 만든다. 인간은 이중적이다.
글이 마음에 들었다면, 다음 글이 올라올 때 알려드릴게요.
PC
Mobile